죽음의 구덩이로 끌려가는 열한 살 아들과 아빠의 절망과 용기, 그리고… 사랑의 이야기
전쟁이 우리를 쫓아와요.
오늘은 아빠와 내가 숨어 있는 지하실로 독일 군인들이 들이닥쳤어요.
군인들은 우리를 밀치고, 때리고, 윽박지르며 산으로 끌고가요.
마을 사람들은 울부짖거나 기도해요.
하지만 나는 아빠와 함께 있어서 용기를 낼 수 있어요.
1939년부터 1945년까지, 독일 나치는 600만 명의 유대인들을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였습니다. 그중에는 어린 아이, 청소년, 임산부, 노인도 있었어요. 나치는 유대인 대부분을 죽음의 수용소로 보냈지만, 나치군에게 발견된 즉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열한 살 소년 요엘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죽음의 구덩이를 향해 갑니다. 미움만이 가득한 세상에서, 소년은 차라리 꿈속 세상으로 도망치고 싶습니다. 하지만 비명과 총, 폭탄 소리로 가득한 세상은 소년을 다시 현실로 끌고옵니다.
절망적인 시간 속에서 아빠는 온 마음을 다해 소년에게 사랑을 보여 줍니다. 미소를 잃지 않으며 귓속말로 소년을 위로하고 안심시키죠. 순백의 하얀 구름 위에서 만나자는 약속도 합니다.
하지만 소년은 알고 있습니다. 곧 모두에게 닥쳐올 죽음의 시간을요. 그리고 또 압니다. 숨조차 쉴 수 없을 만큼 괴로운 마음에 담긴, 아빠의 걱정과 사랑을요. 소년은 아빠를 안심시키기 위해 오늘 하루 온 힘을 다해 빨리 자라기로 합니다.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다짐하는 소년의 목소리는, 담담하기에 더 깊은 감동으로 독자의 마음을 울립니다.
★★★★★
<세상을 바꾼 그때, 그곳으로> 시리즈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던 그때, 그곳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 그림책이에요.
첫 번째 이야기 《엄마의 꿈, 딸의 꿈》은 프랑스의 여성노동권을,
두 번째 이야기 《버스 타기를 거부합니다》는 미국 흑인인권운동을,
세 번째 이야기 《아빠, 구름 위에서 만나요》는 폴란드에서 일어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네 번째 이야기 《노래하는 장벽(가제)》은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를 이야기합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우리 어린이들이 역사를 생활로, 삶 그 자체로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하는 그때, 그곳, 그 사람들의 이야기
<세상을 바꾼 그때, 그곳으로>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 《아빠, 구름 위에서 만나요》는 제2차세계대전이 진행 중이던 1942년, 폴란드에서 자행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이야기합니다.
나치에게 붙잡혀 죽음의 구덩이로 끌려가는 사람들 사이에는 아빠 손을 잡은 열한 살 소년이 있습니다. 천진하지만 일찍 철이 들어 버린 소년은 담담하게 진심을 담아 이 시간의 이야기를, 아빠와 소년의 진심어린 사랑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1942년 폴란드에서는 어떤 일이?
제2차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폴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유대인이 사는 나라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로, 폴란드는 전쟁 기간 동안 유대인 대학살의 진원지가 됩니다. 나치는 아우슈비츠를 비롯하여 수백만 명을 학살한 ‘죽음의 수용소’ 대부분을 폴란드에 지어요. 한편으로 나치는 학살 부대를 만들어 수용소 밖의 유대인들을 비롯해 나치에 반대하는 폴란드인들을 무참하게 학살합니다. 제2차세계대전 동안, 폴란드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유대인 300만 명을 포함하여 600만 명에 이릅니다.
학살 부대가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죽이는 방법 중 하나는 ‘죽음의 구덩이’였습니다. 나치군은 유대인 거주 지역이나 이웃집에 숨어 사는 유대인들을 찾아내어 산으로 끌고 간 다음, 깊고 넓은 구덩이를 파도록 했습니다. 유대인들이 그 안에 들어가 누우면, 독일 군인들은 총을 쏘았습니다. 구덩이가 시체로 채워지면 흙으로 덮고 또 다른 구덩이를 파는 방법으로 학살은 계속되었죠.
이 책은 바로 이 죽음의 구덩이를 향해 가던 한 유대인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바루의 그림으로 만나는 잔혹한 역사
전쟁, 평화, 인권에 관심을 갖고 활발히 활동해 온 그림작가 바루는 거친 종이에 검정, 파랑, 빨강만을 사용하여 아프고 시린 시간들을 담아냅니다. 절망으로 가득한 표정없는 마을 사람들, 검은 연기가 뒤섞여 잿빛을 띤 하늘과 검붉은 분노를 내뿜는 분노한 군인들 속에서, 아빠와 소년이 꼭 잡은 두 손만은 선명한 붉은색을 띱니다.
한편으로 바루는 하늘의 구름을 새하얀 색으로 표현해 현실 속 아픔과 대조되는 시리도록 아픈 희망을 보여 줍니다.
담담한 듯 거칠고 대담하면서도 절제된 그림들은 슬픔을 꾹꾹 눌러담은 소년의 담담한 목소리와 어우러져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의 아픔 속으로 독자들을 데려갑니다.
생각할 시간을 제공하는 주제별 역사 지식
<세상을 바꾼 그때 그곳으로> 시리즈는 각권의 마지막에 각권의 배경이 되는 역사 지식이 독자들의 이해를 돕습니다. 《아빠, 구름 위에서 만나요》는 왜 폴란드에 가장 많은 유대인들이 살았는지, 독일 나치에게 점령당한 다음 폴란드 유대인 학살의 역사는 어떠했는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설명하고 있어요.
한편으로 이 책은 우리나라 시민 대학살의 역사를 보여 줍니다. 일제강점기, 6·25전쟁, 5·18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지는 시간들은 너무나 아프기에 외면하고 싶은, 그러나 모두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우리의 아픈 역사를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어떤 나라, 어떤 시간을 막론하고, 어떤 이유로도 전쟁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독자들로 하여금 생명을 존중하고 지키는 일, 다른 사람을 나와 똑같이 존중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 우선시하고 또 지켜야 할 가치임을 깨닫도록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