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11월 추천도서
“사라져 가는 골목을 되살리자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저, 골목이 있었던 이야기예요.
아직 어딘가에 이런 골목 하나쯤은 남아 있을지도 모르고요.“
좁아서, 길어서 정겹고 재미난 공간!
넓은 운동장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좁고 긴 곳이라서 더 재미난 놀이들이 있어요. 골목 어디에서 친구들이 ‘왁!’ 하고 튀어나올지 몰라요. 골목은 아이들만 신나는 곳이 아니에요. 좁은 골목 한쪽에 평상을 펴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할머니들이 얼마나 자주 웃음을 터뜨리시는데요. 골목이 좁은 만큼 더 큰 즐거움과 더 큰 정겨움을 담았어요.
규칙과 예측을 벗어나는 구조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와 조형미
모퉁이를 돌아서면 어떤 일을 만나게 될지 몰라요. 사나운 개가 덤벼들 수도, 덜 마른 개똥을 밟아 미끄러질 수도 있어요. 빗물 웅덩이에 발을 첨벙 적실 수도,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큰 소리로 싸우는 어른들을 볼 수도 있어요. 고추를 빨갛게 잘 말리려면 담벼락 그림자가 움직일 때마다 볕이 드는 곳으로 계속 옮겨 주어야 해요. 휘고, 꺾이고, 갈라지고, 다시 합쳐져서 숨을 곳이 많은 만큼이나 많은 이야깃거리를 지닌 골목을 담았어요.
사람이 풍경이 되는 곳, 골목
이른 아침 부지런한 청소부 아저씨가 쓸고 간 골목이 학교로 일터로 항하는 이들에게 바쁜 하루를 시작하는 공간이 되고, 아이들에게는 남의 집 유리창을 깨 먹고 야단을 맞아도 신나는 놀이터가 되었다가, 하루 일을 끝낸 고단한 가장에게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귀갓길이 돼요. 다른 사람이 설 때마다 다른 표정을 짓는 골목의 얼굴을 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