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라는 숲을 이룰 어린이에게 바치는 헌사
겨울 숲이 봄 숲으로 바뀌듯
잠자고 있는 가능성의 싹을 틔워 잎을 피우고
마침내 숲을 이루어갈 아이들을 향한 믿음과 응원을 담은 시 그림책
겨울나무에서 봄나무로, 나무에서 숲으로 성장하는 아이들
옐로스톤 출판사의 15번째 마음그림책은 새 봄의 푸르름을 담은 그림책이다. 오랫동안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왔고, 한국북큐레이터협회에서 책의 지평을 넓히는 일을 해온 김미정 작가의 첫 그림책이다. 그림은 또한 신인작가인 이정은 작가가 맡아 그렸다.
김미정 작가는 수년 전 건강상의 이유로 산을 오르곤 했다. 아직 겨울을 벗어나지 않은 이른 봄에 올랐던 무덤덤한 회색빛의 산은 어느 순간 봄기운이 온 산을 감싸자 풀과 나무들이 하나씩 제 이름을 찾아 깨어났다. 그 모습을 본 작가는 문득 우리 아이들이 겨울나무 같다는 걸 깨달았다. 교사와 부모의 눈에는 아직 어리기만 하고 어떤 나무로 자랄지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싹을 틔우고 잎을 피워 마침내 숲을 이루어갈 아이들의 모습을 그 봄 숲에서 발견했다.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지고 무한한 가능성의 씨앗을 품고 있는 아이들을 교육이라는 명분 아래 예단하고, 어른이 설정한 목표대로 가지치기를 해온 것은 아닌지 교육자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때의 경험이 한 편의 반성문 같은 시로 탄생했고, 그 시가 씨앗이 되어 한 권의 그림책으로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아이들과 만나는 부모와 선생님 등 양육자, 그리고 세상의 모든 어른들이 함께 보았으면 한다.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갈 숲
사람은 흔히 나무와 숲으로 비유되곤 한다. 어린 존재는 새싹으로, 성장하면 큰 나무로, 같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은 숲으로 상징되는데, 《숲을 가진 아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의 씨앗을 품고 있는 어린 새싹들에게 미래의 숲을 이루어가도록 무한한 응원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림책이다. 그 숲은 한여름 해바라기처럼 키가 크기도 하고, 늦가을 떡갈나무처럼 품이 깊기도 한, 하나하나의 나무를 품은 다양성을 포용하는 숲이다. 작든지 크든지, 낮든지 높든지 언젠가는 큰 바람도 잦아들게 하고, 많은 비도 스며들게 하는 숲이다.
아직은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씨앗들, 그 씨앗들은 내면에 이미 숲을 가지고 있으며, 함께 어우러져 앞으로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갈 아이들이다.
나무가 숲이 될 수 있도록 보살피고 지켜봐주는 배경 숲
이들이 건강한 숲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애정을 담아 돕는 양육자의 역할은 어떤 것일까? 아이들이 나무라면 이 책 속에 배경이 되는 숲은 어른을 상징한다고 할 것이다. 아이들은 숲속에서 뛰놀고 꿈꾸고 성장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아이들이지만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화자는 작가인 어른이다. 아이들에게 직접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고 감탄하는 어른은 책 속에서 멀찌감치 자리잡고서 뒷배경처럼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래서 이 책 속의 숲은 애정을 가지고 아이들을 품어주고 멀리서 지켜봐주는 어른의 역할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림을 그린 이정은 작가도 이런 배경으로서의 숲의 역할이 잘 드러나도록 숲과 아이들을 적절히 배치해 숲이 아이들의 성장을 어떻게 돕는지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숲 안에서 본 숲, 바깥쪽에서 바라본 숲 그림을 통해 이런 양육자의 역할에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다.
새와 나무와 아이들로 표현된 시 그림책
시 장르의 특징이 갖는 상징적인 내용들을 표현하기 위해 이정은 작가는 희망을 상징하는 새와 세상을 이룰 숲과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전체 흐름을 펼쳐가고 있다. 싹이 막 돋아나는 앞 면지와 숲을 이룬 뒷 면지를 제외한 본문은 책 이름이 들어간 표제지로부터 시작한다. 표제지에 들어간 전지된 나무는 겨울에서 막 봄나무로 가고 있는 도심 속의 나무를 상징한다. 가지에는 자유와 희망을 상징하는 새 한 마리가 앉아 있고 옆 큰 가지에는 새싹 하나가 돋아나고 있다.
표제지를 지나 맨 첫 장면은 숲을 향해 진입하는 새 한 마리로부터 시작하고, 책을 한 장 더 넘기면 드디어 아지랑이가 막 피어오르는 봄 숲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제 겨울에서 막 벗어난 메마른 나뭇가지에 솜사탕 햇살이 걸리면 마술처럼 새잎이 돋고, 꽃잎이 피어나며 숲은 마법의 동산으로 바뀌어 꽃다지, 자운영, 민들레 제비꽃 산수유 진달래 등등이 각각의 개성을 드러내며 피어난다.
여름과 가을 겨울을 지나 빽빽한 나무로 가득 찬 숲으로 마무리되고, 마지막 장면은 숲에서 다시 희망의 새를 날리는 아이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겨울나무 하나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숲을 이루는 완성을 거쳐 다시 세상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순환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