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늑대 부인은 오늘도 바삐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집안일은 뭐 하나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없다. 설거지, 청소, 빨래. 하나를 해치우면 하나가 이어지고 하나를 정리하면 하나가 무너진다. 때문에 늑대 부인에게 집안은 전쟁터와 같다. 방과 방 사이를 뛰어다니며 전쟁을 치르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기 때문이다.
늑대 부인은 예전에 어떤 일을 했냐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사냥도 얼마나 잘했는지, 사냥 기술이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모두 옛날 일이다. 늑대 부인은 오늘도 꿈꾼다 자유롭게 숲을 뛰어다니며 사냥하던 그때를. 그럴 때면 전쟁터 같은 집을 탈출하고 싶어진다. 아차차, 이런 말은 하면 안 되는데 말이다. 이런 말을 입밖에 내면 더 이상 '착한 부인' '착한 엄마'는 될 수 없으니까.
하지만 말이다. 때때로 아주 가끔. 아니, 아니, 자주. 아니, 아니, 거의 매 순간. 늑대 부인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다시 꿈꿀 수 있을까? 다시 저 넓은 숲에 나가 마음껏 사냥할 수 있을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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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 한국일보 2018년 6월 29일자 '그림책 세상을 그리다'
저자 및 역자소개
홍지혜 (지은이)
환상적이며 자유로운 일러스트로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결혼과 육아로 경력 단절을 겪은 주인공이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L부인과의 인터뷰』를 쓰고 그렸으며, 『동요에서 찾은 놀라운 과학 원리』 『이솝으로 배우는 같이[가치]학교』 『수탉 몬다의 여행』 등에 그림을 그렸다. 어린이책 외에 드로잉 모음집 독립출판, 디자인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작 : <L 부인과의 인터뷰> … 총 18종 (모두보기)
홍지혜(지은이)의 말
아이를 낳고서도 작업 패턴은 변하지 않았다.
밤늦게 작업을 하다보면 아기가 깨어 버리기 일쑤였다.
꼭 마무리해야 하는 작업을 할 때면 아이를 업고서 책상 앞에 앉아 작업하는 날들이 많았다.
그때부터였을까. 엄마에 대한 그림책을 볼 때면 마음이 불편해졌다.
‘엄마’라는 단어가 지닌 여러 의미 안에서 유독
‘희생하는 엄마’라는 시선이 느껴져서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엄마라는 정체성을 끌어안기까지 시간이 더디 걸렸고,
어떻게든 도망가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시작했던 작업이 아이가 7살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마음은 조금 더 붙잡고 싶지만 더 붙잡는다고 무엇이 더 좋아질까...
여러 버전의 더미로 고쳐나가다 늑대 부인을 만났다.
그 이후 늑대 부인은 나의 세계를 거침없이 활보하며 다녔다.
그리고 스스로 탈출구를 찾아 나섰다.
작업 초창기 나는 매 순간 망설였다. 이래도 될까? 정말 괜찮은 걸까?
그러던 작년 어느 날이었다.
누군가가 쏜 화살이 왼쪽 가슴에 꽂히는 꿈을 꾸었다.
그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가슴팍이 뜨거워지는 느낌.
내 온몸이 이렇게 뜨겁게 달아오를 수도 있구나, 하고 꿈이 나에게 알려 주었다.
나는 그 후로 다시 해결점을 찾고 후반부 작업을 풀어 나갈 수 있었다.
이 작업은 그렇게 굽이 굽이마다 꿈의 도움을 받아 풀어 나갔다.
어찌 보면 그 날의 꿈이 이 작업을 낳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세상에는 엄마란 이름의 수많은 이들이 살고 있다.
일부는 나와 같이 그 모성의 무게에 허우적대기도 하고,
사회적 잣대에 숨죽이며 살고 있을 것이다.
난 그들에게 잠시 그 무거워진 짐들을 내려놓아도 된다고,
우리도 가끔은 우리만의 숲에서 뛰어다니자고 말해 주고 싶었다.
어느 날 드넓은 숲을 향해 자유롭게 뛰어가는 당신을 만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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