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작 : <달님이 본 것은?>,<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의 성경그림책 세트 - 전3권>,<펠리컨> … 총 325종
김선애 (옮긴이)
이화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를 졸업했고, 아메리카 유니버시티에서 마케팅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는 《호비트》, 《데이지》, 《잭과 못된 나무》, 《회전목마》 들이 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회전목마를 타고 여행하는 꿈과 환상의 세계, 그 속에 숨겨진 진정한 희망의 의미
회전목마를 떠올려 보자.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자리를 띄엄띄엄 비운, 고전적이고 하얀 목마들이 천천히 돌아가는 장면일 것이다. 훨씬 재미있는 놀이기구도 많고, 온갖 탈것에 둘러싸인 요즘이지만, 잔잔한 클래식 음악에 맞추어 위아래로 움직이는 회전목마에 몸을 싣고 있으면 어른도, 아이도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기분에 사로잡힌다. 현실과는 다른 세상으로 떠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말이다.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회전목마 역시 주인공 로지에게 꿈이자 환상, 그리고 희망이다. 병마와 싸우며 점차 삶의 의욕을 잃어가는 로지에게 의사 선생님은 희망을 되새겨 주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어쩔 줄 몰라 당황한다. 로지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오빠 톰. 톰은 회전목마가 동생에게 삶의 의지를 다시 심어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은 마침내 로지의 눈앞에 나타난다.
‘색채의 마법사’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가 그려내는
따뜻하고도 화려한 판타지
사람들이 모두 잠든 한밤중, 로지와 톰, 그리고 로지의 친구들의 소망이 담긴 회전목마는 아픈 아이를 데리고 판타지의 세계로 떠난다. 육각형 눈의 결정은 얼음과 눈으로 덮인 남극으로 아이를 데려가 펄펄 끓던 열을 내리고, 날개 달린 시계는 시간이 가장 소중한 약이라며 커다란 약숟가락에 시간을 쏟아 낸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의자는 앓아누운 침상에서 아이의 유일한 벗이었을 책 속의 친구들을 원 없이 만나게 해 준다. 로지는 캥거루 배주머니에 들어앉아 하늘로도 올라가고, 왕좌에 앉아 세상을 호령하는 이국의 여왕이 되어 보기도 한다.
로지의 여행을 따라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페이지마다 수 놓인 얼음꽃, 달과 별, 은하수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독자들은 자신도 역시 시공간을 넘어 환상의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게 된다.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특유의 섬세함과 다채로운 색감은 바로 이러한 점에서 빛을 발한다.
회전목마와 함께 맘껏 환상의 세계를 여행하고 난 뒤, 로지의 병은 그야말로 마법처럼 낫게 되고, 다시 마을에 회전목마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로 끝난다. 누군가는 이 작품이 말하는 주제나 소재가 그리 색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삶에 대한 애착을 잃고 힘들어하는 이에게 느닷없이 희망이 찾아온다’라는 주제는 오래 전부터 다뤄져 왔고, 회전목마 역시 빛바랜 느낌을 주는 소재이니 말이다. 하지만 꿈과 희망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조명하며, 갑갑한 현실에 지쳐가는 아이를 위한, 따뜻하면서도 화려한 환상의 세계를 선보였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한 소명을 다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