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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사계절] (해외배송 가능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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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명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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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본 90쪽 192*252mm 225g ISBN : 9788958283935


책소개

<도착>, <잃어버린 것>, <빨간 나무>의 작가 숀 탠의 그림책. 어느 도시 변두리 지역의 일상을 회고하는 듯한 열다섯 편의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삶의 내밀한 진실을 들여다보는 이 작품은, 작가의 전작들에 비해 글의 비중이 현저히 크고 글 자체만으로도 서사의 힘과 문학적 완성도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소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교외를 배경으로 하는 열다섯 편의 이야기들은 다 다르면서도 닮아 있다. 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들, 그리고 보이지 않지만 결국은 보아야만 하는 것들을 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가 스스로 보지 못하는 우리 안의 편견과 어리석음을 드러내 보여주기도 하고, 스스로 무시해 버리는 작고 보잘것없는 생각의 조각들로 소중한 가치들을 빚어내 보여주기도 한다.

화자의 집에 머물던 외국인 교환학생 에릭의 모습을 나뭇잎 모양의 머리를 지닌 땅콩만한 캐릭터로 표현하는 '에릭', 글자 하나 없이 그림만 있는 장면 넷을 연이어 보여줌으로써 이야기를 전개하는 '할아버지의 결혼식 이야기', 텍스트 자체를 시각 이미지로 활용하여 작품의 느낌을 연출한 '멀리서 온 비'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목차

물소

에릭

부서진 장난감들

멀리서 온 비

역류

할아버지의 결혼식 이야기

어디에도 없다

나뭇가지 사람들

이름 없는 축일

기억 상실 기계

경아

나만의 애완동물 만들기

우리의 원정

'거북 구조'의 밤


저자 및 역자소개

숀 탠 (Shaun Tan) (지은이) 

1974년 오스트레일리아 퍼스주의 프리멘틀에서 나고 자랐다. 혼자 그림 공부를 해서 16살 때부터 공포 소설, 공상 과학 소설에 삽화를 그렸다. 대학에서 미술과 영문학을 공부했으며, 1992년 국제미래출판미술가상을 수상한 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애니메이션 '월-E'와 '호튼'의 컨셉 디자이너로 일한 바 있는 비주얼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쓰고 그린 작품 《잃어버린 것》으로 볼로냐 라가치 명예상을, 《빨간 나무》로 CBCA 명예상을, 《도착》으로 볼로냐 라가치 특별상을 받았다. 그의 그림책으로는 《빨간 나무》 《여름의 규칙》 《매미》 등이 있다. 
수상 : 2020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최근작 : <이너 시티 이야기>,<빨간 나무>,<이름 없는 나라에서 온 스케치> … 총 65종

이지원 (옮긴이)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를 졸업하고 폴란드의 야기엘로인스키대학과 아담 미츠키에비츠대학에서 미술사와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지금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어린이책 기획과 연구에 힘쓰고 있다. 기획한 책으로는 『생각하는 ㄱㄴㄷ』, 『생각하는 ABC』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알록달록 오케스트라』, 『게으를 때 보이는 세상』, 『할머니를 위한 자장가』 등이 있다.
최근작 : <생각하는 ㄱㄴㄷ> … 총 170종


출판사 제공 책소개

동네 끄트머리에 살던 털북숭이 물소는 어떻게 늘 정답을 알고 있었을까?
낡은 잠수복 차림으로 거리를 떠돌던 그 사람은 누굴 찾고 있었던 것일까?
사람들이 남몰래 써 놓고 아무에게도 보여 주지 않은 시들은
어디로 모여 무엇이 되어 떠돌게 되는 것일까? ……

경계의 작가, 숀 탠

그림책에 관심이 있는 성인이라면 ‘숀 탠’이라는 작가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도착』, 『잃어버린 것』, 『빨간 나무』등의 작품도 한 번쯤은 접해 보았을 터.
그의 작품들은 흔히 ‘아이들이 보는 것’으로 여겨지는 여느 그림책들과는 매우 다르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잊어버리고 살게 되는 것들에 대한 연민’(『잃어버린 것』)이라든가, ‘일상 속의 한없는 절망과 절망 끝에 찾아드는 희망’(『빨간 나무』), ‘자기 나라를 떠나 낯선 곳에서 살게 된 사람들의 외로움과 고단함, 또는 그에 대한 위로와 연대’(『도착』) 등, 숀 탠의 작품들은 여타의 그림책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주제와 감성을 은유와 상징이 가득한 판타지로 풀어내, 성인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를테면 숀 탠은 ‘경계의 작가’다. 그림책적 형식과 성인문학적 감성의 경계에 서서 그 둘을 아우르는 작가. 그는 또한 다양한 예술 장르들을 아우르는 작가이기도 하다. 최고 권위의 그림책상인 볼로냐라가치상을 받은 호주의 대표적 그림책 작가인가 하면,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세계적인 그래픽노블리스트이기도 하다. 두 차례에 걸쳐 세계 판타지어워드 ‘최고의 아티스트’로 선정된 독보적인 에스에프 일러스트레이터이면서, 영화 「월-E」와 「호튼」의 컨셉디자이너로 일한 바 있는 비주얼아티스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작가적 경계성을 가장 잘 말해 주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자리와 관점이다. 그는 세대와 세대의 경계에 서서, 앞선 세대에게 버림받은 작고 보잘것없지만 소중한 것들을 보듬고 지키려 한다(『잃어버린 것』). 날마다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가는 소시민의 자리에 서서, 절망하는 이들을 위안하고 희망의 새싹을 보여주고자 한다(『빨간 나무』). 토박이와 이주자의 경계에 서서, 낯선 세계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이주자들이 겪는 외로움과 고단함을 이해하고 위로하며 연대하려고 한다(『도착』).
작가 숀 탠의 이러한 경계성은 그의 출생 배경과 성장 환경에서 비롯된 바 크다. 그는 호주의 중국계 말레이시아 이민 2세다. 호주 이민자들의 기착지인 항구도시 프리멘틀에서 태어나, 대도시인 퍼스 북쪽의 변두리에서 자랐다. 이민 2세로서 도시 변두리에서 자란 성장기 내내 그는 경계인으로서 자기 존재의 정체성과 주변부의 삶에 대하여 고민하였고, 그 고민과 사유의 결과들이 이후 그의 작품 세계 속에서 다양한 소재와 주제로 변주되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는 또한 문학과 회화에 대한 천부적 재능과 감수성을 타고났다. 어려서부터 시와 소설에 탐닉했고 그림에 몰두한 그는 불과 16세에 공상과학소설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시작해 18세에 ‘국제 미래의 출판미술가’ 상을 받은 바 있으며, 대학에서는 문학과 회화를 복수 전공했다. 이러한 자질과 환경, 그리고 현실에 대한 고민과 진지한 태도 들이, 문학과 회화를 아우르고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면서 주변인들의 삶과 꿈을 어루만져주는 독특한 작품세계의 배경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다.

경계의 작품,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경계의 작가 숀 탠이 또 하나의 ‘경계의 작품’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을 창조해 냈다. 이번엔 문학적 성취가 두드러진다. 어느 도시 변두리 지역의 일상을 회고하는 듯한 열다섯 편의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삶의 내밀한 진실을 들여다보는 이 작품은, 그의 전작들에 비해 글의 비중이 현저히 크고 글 자체만으로도 서사의 힘과 문학적 완성도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소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을 단순히 언어예술로서의 ‘소설’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작품 지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시각예술로서 ‘그림’들이 삽화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이야기를 전개하고 전달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 작품의 두 번째 이야기 「에릭」을 보면, 화자의 집에 머물던 외국인 교환학생 에릭의 모습은 나뭇잎 모양의 머리를 지닌 땅콩만한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어린 시절의 화자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러나 결과적으로 인정하고 존중해야만 하는 문화적 배경을 지닌 주인공의 모습을 비현실적이면서도 소박한 정감을 자아내는 이미지로써 그려낸 것이다. 이것은 말(글)로는 전달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느낌의 시각적 표현이다. 게다가 이 이야기는 에릭이 화자의 집에 남기고 간 것에 대해 “직접 보시라. 그것은 몇 해가 지난 지금도, 어둠 속에서 여전히 잘 자라고 있다……”라고 말한 뒤에, 책장을 넘기면 마주치게 되는 화면을 가득 채운 영롱한 그림으로써 그 이미지를 제시한다. 이것은 ‘글과 그림이 서로 보완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즉 ‘보여주며 말하는’ 그림책적 표현 방식에 다름 아니다. 그밖에도 이 작품은 텍스트 자체를 시각 이미지로 활용하여 작품의 느낌을 연출한다든지(「멀리서 온 비」), 글자 하나 없이 그림만 있는 장면 넷을 연이어 보여줌으로써 이야기를 전개한다든지(「할아버지의 결혼식 이야기」) 하는 방식으로, 시각(그림/이미지)과 청각(글/언어)을 동시에 활용하는 공감각적 표현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이처럼 소설도 아니요 그림책도 아니면서 그 둘을 뛰어넘는 표현을 성취해 낸 이 작품을, 서평지 <스쿨라이브러리저널>은 다음과 같은 말로 평하고 있다. “너무나 독특한 작품이라서 기존의 장르로는 분류하기 어렵다. 차라리 이 책을 ‘보석’이라 하자. 아니, ‘보석의 모음’이다!”

변두리-주변에서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진실과 희망 이야기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이 작품의 원제는 Tales from outer suburbia다. ‘suburbia’- 번역하여 교외, 또는 변두리쯤 되는 이 말은 숀 탠의 다른 작품 속에도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낱말로, 경계인 또는 주변인으로서 작가의 독특한 정서를 형성한 환경이다.
이 ‘교외’를 배경으로 하는 열다섯 편의 이야기들은 다 다르면서도 닮아 있다. 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들, 그리고 보이지 않지만 결국은 보아야만 하는 것들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가 스스로 보지 못하는 우리 안의 편견과 어리석음을 드러내 보여주기도 하고, 스스로 무시해 버리는 작고 보잘것없는 생각의 조각들로 소중한 가치들을 빚어내 보여주기도 하며, 일상 속에 숨어 보이지 않는 진실과 희망을 들춰내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것들을 직접 드러내어 말하지 않는다. 다양한 형상적, 언어적 상징과 은유가 담긴 기이한 이야기들을 통해 ‘느끼게’ 해 줄 뿐이다. 그리고 그 묘한 느낌의 끝자락에 독자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하여, 저마다의 언어로 된 답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가령, 이 작품의 첫 번째 이야기인 「물소」를 보자.
물소는 동네 끄트머리, 아무도 돌보지 않아 풀이 무성한 빈터에 산다. 물소는 거의 늘 잠만 자고 있고 누가 지나가든 무관심하지만, 누구라도 길을 가다 멈추고 무언가 물어보면 뾰족한 발굽을 들어 정확한 방향을 가리켜 준다. 그가 가리킨 데로만 가면 우리는 늘 기뻐하며 안도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물소는 이제 동네에 없다. 그저 묵묵히 방향만을 일러줄 뿐, 답을 찾는 방법이나 모양, 느낌 따위 스스로 알아가야 할 것에 대해서는 입을 다무는, 이 무뚝뚝하고 낯설고 무서워 보이기까지 한 존재를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야 우리는 그가 아쉽다.
작가가 풀어낸 이야기 속의 아무도 찾지 않아 떠나버린 물소, 그는 무엇이며 그를 아쉬워하는 우리는 누구인가?

네 번째 이야기인 「멀리서 온 비」는 어떤가.
한 번쯤 시인의 꿈을 꾸어 보지 않은 이는 없을 터. 그러나 시인이 되지 못한 보통 사람들의 시, 과잉된 감정이 담긴 까닭에 남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워 찢거나 태우거나 혹은 감춰 둔, 그 시시한 시들은 종국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대개는 안타깝게도 쓰레기의 강에 실려 떠내려가지만, 몇몇 고집 센 글들은 달아나 바람에 쓸려 다니다 쇼핑센터 황량한 주차장에 모인다. 이들은 알 수 없는 끌림으로 천천히 합쳐져 작은 공 모양을 이루고, 또 다른 고백들, 소망들, 떠돌던 생각들, 운율 없는 시구들과 보내지 못한 사랑의 편지들을 끌어들이며 점점 자라난다. 커다래지고 커다래진 이 종잇조각들의 축적물은, 토해내지 못한 감정의 힘으로 마침내 둥실 떠올라 한밤중 외로운 개들을 짖게 만들면서 하늘을 떠다닌다. 그러다가 별안간 불어 닥치는 바람이나 빗줄기를 만나면, 무수히 작고 젖은 조각들로 분해되어 밤사이 온 도시에 눈처럼 쏟아져 내리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아이들은 신이 나고 어른들은 당황한다. 그러나 눈 밝은 사람들은 곧 발견할 것이다. 젖은 종잇조각 하나하나마다 쓰여 있는 갖가지 빛바랜 단어들이 우연히 모여 시가 되는 것을. 잘 보이진 않지만 분명 거기 적혀 있고, 읽는 사람들 저마다에게 서로 다른 이야기를 속삭이는, 무언가 기쁘기도 슬프기도, 진실하거나 터무니없기도, 또는 완전하기도 한 그 시들은, 마치 공중에 붕 떠 있는 듯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느낌과 오래도록 머금게 되는 내밀한 웃음을 남긴다.
이것은 무엇인가? 지나간 열망들, 서툴지만 진실했던 아련한 청춘과의 조우인가, 이제는 느긋이 돌아볼 수 있는 달떴던 시절들의 되새김인가?

열한 번째 이야기, 「경계하고 있지만 겁먹은 건 아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그림과 조응한다. 조용한 마을, 흰 구름 몇 점이 노래하듯 떠 있는 경쾌하게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알록달록한 원추형 구조물들이 집집마다 거꾸로 서 있다. 참으로 산뜻한 풍경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구조물의 정체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점점 정세가 불안해지는 현 시국에, 국가 안보의 기치를 세우는 데 동참’하라는 뜻으로 정부가 집집마다 하나씩 지급한 물품이다. 정부에서는 매달 그것을 잘 정비할 의무를 ‘우리’에게 부과하고, 2년에 한 번씩은 녹슨 곳을 잘 코팅하라고 암회색 페인트를 보내온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이미 미사일을 저마다 다른 색깔로 칠해 놓고 있다. 나비나 꽃 모양을 그려 장식한 집도 있다. 성탄절에는 그것에 전구를 달아 장식하는 유행을 만들어 냈다. 그뿐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 미사일을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한다. 아래쪽 판을 떼어내고 그 안에 모종을 키우거나 연장 따위를 보관하는가 하면, 좀 더 개조를 해서 ‘나만의 오두막’으로 삼기도 하고 개집으로 쓰기도 한다. 심지어 윗부분을 없애고 굴뚝을 내어 피자 굽는 화덕으로 만들어 버린 집도 있다. 물론 언젠가 정부에서 미사일을 사용하려 할 때 작동이 안 될지도 모른다는 건 우리도 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란다. 만약 다른 나라에서도 집집마다 미사일을 두어 우리를 겨누고 있다면, 그들 또한 우리처럼 미사일의 더 좋은 쓰임새를 알아내었기를.
살펴본 것처럼 이 이야기의 시선은 험악한 세상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시선이 안내하는 풍경은 사뭇 평화롭고 유쾌하다. 도대체 그 힘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 열다섯 개의 이야기들이 자아내는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작가가 구축해 놓은 환상의 공간을 거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가 이런저런 이유로 잊고 사는 것들, 놓치고 있는 것들, 못 보고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만나게 되고 그것들과 화해하며 마음이 따스해지고 또 아련해지는 것이다. ‘그곳’은 어디이며 ‘그것들’은 무엇인가? 바로 우리네 보통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 -변두리이며, 바로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들 -우리 삶의 외면해선 안 될 진실과 찾아내야만 하는 희망이 아닐까?

* 비주얼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 ‘그림소설’(?)

그런데 이 묘한 작품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기존의 것들로 이름 붙이기엔 무언가 조금씩 모자라다. 다만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소통방식의 문학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바야흐로 세상은 ‘보는’ 미디어의 시대다. 또한 미디어의 융합의 시대다. 문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여서, 작가는 ‘쓰고’ 독자는 ‘읽는’ 전통적인 방식은 이제 문학의 유일한 소통방식이 아니다. 그리거나 찍어서 보여주고 보는 방식이 거기에 더해졌다. 특히 어린이문학에 있어서 이러한 양상은 이제 일반적이다. 삽화가 풍성하게 들어간 동화책과, 글과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그림책들…….
이제는 성인들도 ‘비주얼이 있는’ 문학작품을 요구한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그 까닭이 단지 시각적 즐거움을 얻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문학작품에 삽화를 그려 넣은 수준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며 말함으로써 이야기를 전달하는 소통방식’의 매력을 발견한 성인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림책을 즐기는 어른들이 많아지는 현상이 그것을 방증한다. 숀 탠의 전작 『잃어버린 것』과 『빨간 나무』, 『도착』의 열렬한 독자들은 대개 그런 성인들이다. 그밖에도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이라든지, 피터 시스의 『세 개의 황금열쇠』, 마가릿 와일드의 『할머니가 남긴 선물』,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두 사람』처럼, 성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그림책에 열광하는 어른 독자들이 많다.
숀 탠은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을 통하여 그러한 그림책적 방식, 즉 글과 그림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소통방식의 매력을 소설에까지 적용시켰다. 그렇다면 이 작품을 어떤 장르로 규정해야 할까?…… 그림소설? 딱 떨어지는 건 아니지 싶지만 달리 표현할 말도 없는 듯하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용어보다 중요한 것은, 이 매력적인 문학형식이 더 많은 작가들에게 새로운 예술적 영감을 주고 더 많은 독자들에게 그것을 누리는 즐거움을 주어,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되는 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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