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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리의 그림책 이야기

아빠와 함께 그림책 여행의 저자 이루리가 소개하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을 읽으며 치유와 소통의 힘을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상품 게시판 상세
subject. [작은 새가 온 날]
writer. 프레드릭 (ip:)
date. 2017-11-04
recom. 추천하기
hit. 327
grade. 0점

작은 새가 온 날 / 이와사키 치히로 / 프로메테우스 출판사 / 2002.8.30 발매


1. 이와사키 치히로가 온 날

 

이 책 [작은 새가 온 날]을 손에 들고 출판사에 다니는 선배를 만났을 때 그 선배는 이런 농담으로 기쁨을 대신했습니다. "프로메테우스가 드디어 이름 값을 하는구나!"(프로메테우스는 출판사 이름)

 

이와사키 치히로의 이름이 국내에 알려진 것은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한 [창가의 토토] 때문입니다.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감동적인 자서전에 그려진 토토의 모습은 바로 이와사키 치히로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진짜 이와사키 치히로의 작품은 2002년 가을에야 비로소 한국에 출간되었습니다. 바로 이 [작은 새가 온 날]이죠!

 

도대체 왜 이렇게 훌륭한 그림작가의 작품이 이제야 국내에 소개된 것일까요? 그건 여러분이 책에 실린 작가 소개를 잠시만 읽어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이 30대 이상의 기성세대라면 말이죠.

 

그렇습니다. 이와사키 치히로는 평생 어린이를 위한 작품 활동을 했고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일본 공산당의 당원이었습니다. 과거 냉전시대에는 북으로 간 작가들의 이름을 호명하는 것조차 금기였다는 걸 요즘 세대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요? 홍명희의 [임꺽정]도 읽을 수 없었고 정지용의 [향수]를 부를 수도 없었다는 걸 요즘 세대들이 믿을 수 있을까요?

 

여하튼 우린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그녀의 아름다운 작품세계를 30여 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이제야 만나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위험한 작품인지 함께 들여다볼까요?

 

2. 작은새가 온 날

 

외로운 소녀가 있어요. 엄마는 바쁘고 곰돌이 인형은 말을 할 줄 몰랐어요. 게다가 어항엔 이제 금붕어도 없어요. 그래서 소녀는 작은 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소녀는 작은 새와 어울려 노는 상상만 해도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그때 쪼르릉 쪼르릉 하는 새 소리가 들려왔어요. 소녀는 귀여운 새를 보러 나갔지만 어떤 소년이 그 새를 잡으려고 덮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자신은 새를 잡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그래도 작은 새를 갖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디선가 정말 작은 새가 나타났어요. 소녀의 머리에 앉아 노래를 불렀죠. 소녀는 작은 새의 노래 소리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 노래를 꽃노래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새장에 갇힌 작은 새는 소녀를 외면했어요. 작은 새는 언제나 창 밖을 내다보았죠. 소녀는 작은 새가 자기집에 가고 싶어한다고 생각했어요. 마침내 소녀는 작은 새를 풀어주었어요.

 

"잘 가, 작은 새야!"

 

작은새도 자기 집이 더 좋을 거라고 소녀는 생각했어요. 그 때 창가에는 작은새가 친구들과 함께 소녀를 찾아왔어요. 소녀에게는 작은 새의 말이 들리는 것 같았어요.

 

"나는 네가 참 좋아!"  

 

3. 그녀의 그림책이 특별한 이유

 

이 작품이 다른 어린이 책과 다른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이야기 구조가 전통적인 형식을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명백한 선악의 대립이나 단순한 갈등을 제시하지 않고, 혼자라서 외로운 갈등과 둘이어도 혼자일 수 있는 갈등을 순차적으로 제시하고 주인공 스스로 해법을 발견하는 구조를 택했습니다.

 

주인공 소녀는 혼자라는 외로움에 새로운 친구를 갈망하게 되고 곧 작은 새를 친구로 맞게 됩니다. 하지만 소녀는 본래의 소망에서 더 욕심을 내어 작은 새를 소유하게 되고 곧 소녀는 함께 있어도 혼자 있으니만 못한 괴로움을 겪게 됩니다. 작은 새의 자유를 구속하고 있으니까요! 결국 소녀는 작은 새를 풀어주게 되고 작은 새는 친구들과 함께 자발적으로 소녀에게 돌아옵니다. 소녀는 자신의 자유를 존중해주는 진짜 친구니까요!


이런 이야기 구조를 지나치게 의식적이라거나 작위적이라고 비난할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저 역시 이야기만을 떼어놓고 볼 때는 매력적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치히로의 세계는 그림책의 세계입니다. 치히로는 그림과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함으로써 자신만의 독특한 감동을 만들어 냅니다.

 

이 작품이 다른 작품과 구별되는 두 번째 특징은 이야기의 노래화, 즉 시화입니다! 이와사키 치히로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바라는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래하는 사람은 주인공 소녀입니다. 이야기의 첫 소절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엄마는 바쁘고

곰돌이는 말을 안해

 

그리고 오른쪽에는 돌아앉은 소녀와 곰돌이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그림이 그녀의 그림책이 다른 이의 작품과 구별되는 세 번째 특징입니다. 그녀는 돌아앉은 포즈와 텅 빈 여백만으로 둘이 있어도 쓸쓸한 느낌을 마치 복선처럼 그려놓고 있습니다.

 

노래 한 소절에 그림 한 장씩 안단테로 펼쳐지는 소녀의 이야기는 어느새 소녀의 마음이 되고 상상이 되어 읽는 이의 감정을 책 속으로 끌어당깁니다. 독자는 소녀와 함께 외로웠다가 행복해지고 다시 괴로웠다가 행복해집니다.

 

여기서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그녀만의 독특한 표현기법입니다. 우선 치히로의 그림에는 스케치가 없습니다. 실존하는 만물이 그렇듯이 말이죠. 그리고 치히로는 수채화 물감의 농담만으로 사물과 인물의 입체감을 살리고 있습니다. 또한 여백을 최대한 활용해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어뜨렸습니다. 수묵화의 장점을 수채화에 성공적으로 접목시킨 것이죠.

 

누구나 치히로의 그림을 본다면 애틋하고 뭉클한 감동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4. 치히로의 삶과 작품 세계

 

치히로의 삶을 바꿔놓은 두 가지 사건은 남편의 자살과 일본의 침략전쟁이었습니다.

 

일본식 전통에 따라 데릴사위를 얻어 결혼한 치히로는 남편이 1년만에 자살함으로 해서 충격과 죄의식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타인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생각 때문이지요. 또한 일본인의 안락한 생활 뒤에는 일본의 침략에 고통받고 있는 타국 국민들이 있다는 자각은 치히로를 반전·인권운동가로 변화시키게 됩니다.

 

이런 아픔을 겪은 이와사키 치히로는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걸었나 봅니다. 일본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들에게 자유와 생명존중을 일깨워주고 싶었나 봅니다. 그녀는 평생 어린이를 위한 작품만을 그렸다고 합니다.

 

저는 누구도 그녀의 그림책을 정치적으로 읽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가 작은 새를 소유하는 장면에서는 힘 센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됩니다. 아마도 그것은 그녀의 그림책이 정치적이어서가 아니라 정치와 인간의 성격이 그만큼 불가분의 관계인 탓일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대로 상대방을 좌지우지하려는 태도를 지닌 사람은 자라서 파시스트가 될 것입니다. 그는 비록 정치가가 되지 않더라도 가정에서, 회사에서,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독재자가 되어 타인들의 인권을 유린할 것입니다.

 

때문에 작은 새와 친구가 된다는 것은 너무도 소중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좋은 친구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친구이며, 서로의 자유를 존중할 때만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모든 사람이 깨달아야만 이 세상은 비로소 행복하고 안전한 세상이 됩니다.

 

친구가 뭔지도 모르는 불쌍한 사람들이 아직도 전쟁을 부추기며 온 세상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새장에 가둘 수 없는 새들은 모두 잡아 없애야할 적이니까요. 그런데 여러분의 작은 새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새장 안인가요? 아니면 여러분의 머리 위인가요?


file. 작은 새가 온 날.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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