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순옥|반달
2017년 볼로냐 올해의일러스트레이터 선정작
책소개
책의 표지를 보세요. 여러분은 이 책의 표지를 볼 때부터 “엥, 이게 뭐야?” 하고 이상한 소리를 지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그냥 돼지가 계단을 내려간다고 생각하고 다음 장을 넘겼을 수도 있지요. 정말 아직도 무엇이 이상한지 못 알아차렸나요? 다시 한 번 살펴보세요.
본문 첫 장면을 볼까요? 양탄자 위에 있는 돼지와 양탄자 아래에 있는 돼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위를 보면 글자가 뒤집혀 있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렇지요. 책을 돌려 보아야겠죠. 그렇게 하면 양탄자 위에 있던 돼지는 아래로 가고, 양탄자 아래에 있던 돼지는 위로 갑니다. 같은 그림이라도 똑바로 볼 때와 돌려 볼 때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던져 줍니다.
다음 장을 넘기면, 왼쪽에는 돼지가 세 마리 있고 오른쪽에는 스무 마리도 넘습니다. 그런데 왼쪽 장을 한 번 더 넘기면 아무 글도 없이 백 마리가 넘는 돼지만 가득 보입니다. 어떤 쪽에 있는 돼지가 많고 어떤 쪽에 있는 돼지가 적을까요?
이처럼 『돼지 안 돼지』는 우리가 단순하게 비교해서 결정해 버리는 정답을, 다시 물음표를 더해 독자 여러분께 돌려드립니다. 책을 돌려도 보고, 옆으로도 펼치고, 아래로도 펼치고, 위로도 펼쳐 보면서 생각에 생각을 더할 수 있게 꾸몄습니다. 또 『돼지 안 돼지』에는 우리가 흔히 만나볼 수 있는 낱말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게 풀었습니다.
‘위와 아래, 많고 적음, 멀고 가까움, 앞과 뒤, 있고 없음, 좁고 넓음, 크고 작음, 뚱뚱하고 날씬함, 무겁고 가벼움, 깊고 얕음, 느리고 빠름, 길고 짧음, 높고 낮음, 안과 밖’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뚜렷한 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책을 보는 우리도 너무 헷갈리는데, 저 책 안에 있는 돼지는 어떨까요?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돌 같은 돼지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정말 헷갈리겠지요. 내가 작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더 작은 돼지가 나타나고, 내가 안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안에 있는 돼지가 나를 보고 있으니, 마치 이상한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겠지요? 아무런 질문도 던지지 않지만,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무는 책, 바로 이순옥 작가의 첫 그림책 『돼지 안 돼지』입니다.
저자소개
이순옥 (지은이)
도장은 왜 빨간색으로 찍을까?
이 궁금증이 두 번째 그림책 《빨강》을 태어나게 했습니다.
첫 번째 그림책 《돼지 안 돼지》도 이러한 궁금증이 빚은 책입니다.
어릴 적부터 제 가슴속에는 수많은 궁금함이 조각처럼 흩어져 있었습니다.
어쩌면 죽는 날까지 답을 찾지 못할 것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들이 소중합니다. 비록 답을 얻지 못한다 해도,
어느 날 제 가슴속에서 궁금증이 하나씩 꿈틀댈 때,
또 다시 새로운 그림책이 태어날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