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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리의 그림책 이야기

아빠와 함께 그림책 여행의 저자 이루리가 소개하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을 읽으며 치유와 소통의 힘을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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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아툭]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writer. 프레드릭 (ip:)
date. 2017-11-04
recom. 추천하기
hit. 280
grade. 0점

마샤 다미안 지음 / 최권행 옮김 / 한마당 / 2005.06.30 발매


1.복수

복수를 다룬 작품은 많습니다. 그리고 복수를 다룬 작품 가운데 대부분이 단지 보는 이들의 흥미를 끌기 위한 장치로 복수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영화나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복수와 폭력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구경거리가 되었지요. 하지만 현실에서 자신에게 그런 불행이 닥친다면, 그것이 어떻게 구경거리가 될 수 있을까요?

 

오늘 소개할 그림책, [아툭]은 복수를 소재로 사랑과 증오의 의미를 깨우쳐 주는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2.복수의 화신, 아툭

아툭이 다섯 살 되던 해, 에스키모인 아버지는 아툭에게 강아지 한 마리와 작은 썰매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아툭은 개 이름을 타룩이라고 짓고, 타룩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툭과 타룩은 서로 장난치고 위해 주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툭은 타룩을 아버지의 사냥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툭은 타룩이 빨리 훌륭한 개로 자라나기를 바랬으니까요. 하지만 몇 주만에 돌아온 아버지와 사냥개들 가운데 타룩은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타룩이 푸른 늑대에게 죽었다고 말했습니다.

 

아툭은 늑대에게 복수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버지는 힘센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렸습니다. 아툭은 사냥하는 법을 배우며 복수의 날을 기다렸습니다. 몇 년 후, 아툭은 가장 무서운 사냥꾼이 되었습니다. 아툭이 나타나면 모든 짐승들이 두려움에 떨며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마침내 늑대를 잡으러 나선 아툭은 우연히 푸른 여우를 만나게 됩니다. 왠일인지 푸른 여우는 아툭에게서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아툭이 그 이유를 묻자, 여우는 더 이상 아무 것도 무섭지 않다고 말합니다. 전에는 자기 혼자였지만 이제는 별이라는 친구가 있기 때문이라고요. 하지만 아툭은 여우의 얘기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빨리 늑대에게 복수하고픈 마음뿐이었습니다.

 

얼마 뒤, 아툭은 드디어 푸른 늑대를 만나고 창으로 늑대를 죽였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툭은 하나도 기쁘질 않았습니다. 푸른 늑대는 죽었지만 타룩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아툭은 자꾸만 별을 친구로 가졌다는 푸른 여우가 생각났습니다. 그러다가 툰드라에 핀 작은 꽃을 보았습니다. 꽃은 가냘프고 예뻤습니다. 아툭은 꽃에게 물었습니다. 자신이 무섭지 않느냐고, 그렇게 무방비 상태로 홀로 있는 게 좋으냐고.

 

꽃은 대답했습니다. 동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긴 겨울 동안 자신을 기다려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윽고, 아툭은 창을 버리고 말했습니다. 기다리겠다고, 지켜주겠다고. 아툭은 작은 꽃 앞에 가만히 무릎을 꿇고 앉았습니다.

 

3.안단테로 읽어 주세요!

[아툭]은 다른 그림책에 비해 이야기가 길고 활자도 작은 편입니다. 그래서 조급한 마음으로 책장을 열었다가는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금방 다 읽을 수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너무 달라서 당황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황량한 툰드라의 질감과 아툭의 마음이 그림마다 깊고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설렁설렁 보아서는 그림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답니다. 정말 소리가 들리거든요!

 

이야기와 그림이 모두 아툭의 심리를 서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이야기의 호흡을 잘 따라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여유를 가지고 차분히 읽는다면 오히려 푹 빠져들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아툭의 마음을 헤아리며 그림을 보고 있으면, 어느덧 그림은 살아 움직이는 영상이 되어서, 마치 아툭과 함께 툰드라에 서 있는 느낌을 주니까요!

 

만약 여러분이 이 책을 천천히 읽으면서 그림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실 수 있다면, 제가 본 환상을 여러분도 체험하게 될 겁니다.

 

4. 아툭의 마음

하지만 아툭의 마음을 읽는 일은 참 슬프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처음에 아툭과 타룩이 만나고 우정을 나누는 시간은 정말 유쾌했습니다. 그러나 행복의 시간은 너무나 짧았고, 타룩을 잃은 아툭의 마음은 곧 푸른 늑대를 향한 증오로 가득 찼으니까요. 인생에서 첫 번째이자 단 하나 뿐인 친구를 잃는 아픔은 다섯 살 박이 아툭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이었을 겁니다.

 

아툭은 증오에 기대어 슬픔을 이겨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툭의 마음을 읽는 사람들은 아툭이 늑대를 증오할수록 점점 더 불행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툭이 늑대에게 복수하기 위해 사냥을 배우고, 더욱 더 무서운 사냥꾼이 되어 갈수록 아툭 주변에는 생명의 흔적이 사라졌습니다. 아툭은 지독한 외톨이가 된 것입니다.

 

증오의 화신이 되어 사냥을 나선 아툭을 피해, 새들은 하늘로 날아갔고, 들짐승은 더 먼 곳으로 달아났습니다. 활을 쏘는 아툭과 사방으로 달아나는 동물들을 그린 장면은 짐승들이 느끼는 공포와 그 보다 더 큰 아툭의 외로움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 때 아툭이 정작 화살로 꿰뚫고 싶었던 것은 죽음보다 무서운 고독이었을 겁니다. 비록 그 때 아툭은 그걸 의식하지 못했지만!

 

아툭은 늑대에게 복수하고 난 다음에야 자신이 외톨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한 복수가 타룩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지요. 결국 아툭을 불행하게 만든 사람은 아툭 자신이었지요. 그제서야 푸른 여우의 행복을 이해한 아툭은 작은 꽃을 만나 태어나서 두 번째 사랑을 하게 되지요.

 

그러니까 작품 내내 아툭이 겪는 슬픔과 외로움 때문에 안타까워하던 독자는 마지막 장면에 가서야, 비로소 아툭과 작은 꽃과 함께 마음의 휴식을 얻게 된답니다.

 

5.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지은이는 복수보다 증오에 무게를 두고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단순히 복수의 허망한 결과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원인이 되는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 즉 증오를 파고듭니다. 그러니까 미움이 인간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불행하게 만드는지를 아툭의 마음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작가는 아툭의 마음을 직접 그려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미안씨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가 그리지 않은 아툭의 마음이 아주 잘 보입니다. 그건 아주 신기하고 중요한 일이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툭에게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이지요.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할 때, 우리가 보지 못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말입니다.

 

6. 진짜 복수

물론 이 작품을 읽고 복수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는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고민들을 오늘은 여러분께 맡기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미움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고, 무서운 세상을 만든다. 반면에 사랑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두려움 없는 세상을 만든다!'라는 교훈만으로도 이미 제 가슴은 충분히 벅차니까요. 사랑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복수를 몰아내는 진짜 복수가 아닐까요?


file. 아툭.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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