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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리의 그림책 이야기

아빠와 함께 그림책 여행의 저자 이루리가 소개하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을 읽으며 치유와 소통의 힘을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상품 게시판 상세
subject. [눈사람 아저씨]눈사람이 살아났다!
writer. 프레드릭 (ip:)
date. 2017-11-03
recom. 추천하기
hit. 572
grade. 0점

눈사람 아저씨 / 레이먼드 브릭스 지음 / 마루벌 / 2009.09.27 발매

 

1. 눈사람이 살아났다!

 

한 소년이 잠에서 깨어납니다. 밖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얼른 옷을 챙겨 입은 소년은 밖으로 뛰어나갑니다. 눈송이를 뭉치고 굴려서 눈사람을 만듭니다. 눈사람은 입도 코도 없는 그저 커다란 눈덩이일 뿐입니다. 소년은 집에 들어가 엄마에게 목도리와 모자를 얻어서 눈사람을 장식합니다. 코는 오렌지로 만들고 석탄 조각으로 눈과 단추를 만들어 줍니다. 이제 눈사람은 제법 사람을 닮았습니다.

 

집에 들어와서도 소년은 자꾸만 창 밖의 눈사람을 내다봅니다.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일어나서 창 밖을 내다봅니다. 밤 12시가 넘었습니다. 잠에서 깬 소년은 창 밖에서 환한 빛이 들어오는 걸 봅니다. 소년이 가운을 걸치고 밖으로 나와보니 눈사람이 모자를 벗어 인사를 합니다.

 

눈사람은 소년과 악수를 나누고 소년은 눈사람을 집으로 초대합니다. 집에 들어온 눈사람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신기하게 여깁니다. 잠자는 고양이를 쓰다듬어 보고 벽난로의 열기에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텔레비젼 불빛에 손을 내밀어 보기도 하고 전등을 껐다 켜기도 합니다. 불이 새어나오지 않는데도 뜨거운 라디에이터에 또 한 번 놀랬고, 정물화 속에서 오렌지를 발견하고는 언짢은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눈사람은 부엌으로, 안방으로, 소년의 방으로 안내되어 여러 가지 물건을 봅니다. 창고에서는 자동타를 타보기도 하고 차가운 냉장고에 들어가 누워보기도 합니다. 소년은 냉장고에서 먹을 것을 꺼내와 눈사람을 대접합니다.

 

식사를 마친 눈사람은 소년을 이끌고 밖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눈사람은 소년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얼마 달리지 않아 눈사람과 소년은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달빛이 흐릿하게 비치고 눈이 내리는 밤하늘을 두 사람은 신나게 날아갑니다. 발 아래에는 이름 모를 도시의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비행을 마친 두 사람이 바닷가 어딘가에 내려섰을 땐 벌써 동이 트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날아올라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 마당에 내려온 두 사람은 작별의 포옹을 합니다. 이제 눈사람은 다시 마당에서 서 있어야 하고 소년은 어서 잠자리에 들어야 하니까요. 집에 들어와서도 소년은 자꾸만 유리창으로 눈사람을 바라봅니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소년은 쉽게 잠이 오지 않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소년은 서둘러 가운을 입고 밖으로 뛰어나갑니다. 하지만 마당엔 눈사람이 썼던 모자와 목도리, 그리고 석탄 조각만이 녹아버린 눈 위에 남아있었습니다.

 

2. 소년이 눈사람을 만든 까닭은?

 

누구에게나 눈사람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습니다. 눈이 내리면 마음이 들뜨고 눈을 뭉치게 됩니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요? 도대체 우리는 어떤 소망으로 눈을 뭉치고 있었던 걸까요?

 

소년은 혼자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소년에게는 친구도 없었던 걸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소년이 누군가를 그리워했던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는 '누군가'를 만들었으니까요. 그것도 아주 정성스럽게 말입니다.

 

어떤 사람은 소년이 외로움 때문에 눈사람을 만들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외로움이 친구를 만들지는 못합니다. 친구는 사랑이 만듭니다. 소년은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소년은 눈을 경이로워할 줄도 알고 그 눈에 사랑을 불어넣을 줄도 알았습니다. 소년은 이미 사랑하는 법을 배운 것입니다.

 

3. 눈사람이 어떻게 살아났을까?

 

어린이들은 이 책을 보고 이게 정말 있을 수 있는 일인지를 궁금해합니다. 더구나 이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스노우맨](인피니스)을 보고 난 어린이들은 싼타 할아버지가 주신 목도리를 손에 들고 서서 녹아버린 눈사람을 내려다보던 소년의 모습 때문에 더욱 궁금해하고 안타까워합니다. 어른들은 조금도 믿지 않는데 말입니다.

 

저는 눈사람이 정말 살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눈은 만들어질 때 이미 생명을 얻습니다. 자연으로부터 말이지요. 그리고 그 눈은 소년의 사랑을 받아서 눈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모든 것은 개인의 사랑과 관심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으니까요. 누구에게나 소중한 물건이 있듯이 말입니다.

 

우리는 증명할 수 없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경험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꿈과 환상과 상상이 그러한 예입니다. 소년이 눈사람과 함께 겪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증명해 보일 수는 없지만 소년의 기억에는 분명히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소년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4. 눈사람은 왜 사라졌을까?

 

누군가에게는 이런 질문이 참 어리석게 여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날이 풀려서 눈이 녹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니까요. 하지만 비극적인 결말을 가진 그림책을 여러분은 본 적이 있습니까? 게다가 이런 눈사람을 만난 사람이라면 집안에 커다란 냉장고를 만들어서라도 영원히 곁에 두고 싶지 않을까요?

 

하지만 따뜻한 햇살을 받아 눈은 녹고 눈사람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어디로 갔을까요? 우리는 지은이가 결코 슬픈 결말로 어린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책을 본 어떤 사람도 이별의 아픔 때문에 괴로워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 책을 본 사람들은 아쉬움과 슬픔 속에서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눈사람이 소년의 가슴속으로, 독자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영원한 생명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지은이는 사라진 눈사람을 통해 헤어짐의 의미를 일러주고 있습니다. 영원히 헤어진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사랑이 영원히 내 마음속에 살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5. 친구

 

사랑은 친구를 만들고 친구는 다시 사랑을 가르쳐 줍니다. 소년의 사랑은 눈사람을 친구로 만들고, 소년은 순진한 눈사람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눈사람이 신기해서가 아니라 눈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모든 어린이들이 모든 어른들에게 바라는 사랑일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소년이 어른을, 눈사람이 어린이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늘 태어난 눈사람에게 모든 문명의 이기는 낯설고 신기합니다. 어린이처럼 신기해하는 눈사람에게 소년은 친절하게 이것저것을 보여주고 설명해 줍니다. 그런 소년에게 눈사람이 보여 준 것은 비행이라는 꿈과 행복입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어린이들에게서 늘 받고 있는 사랑의 실체입니다. 우리는 과연 어린이들에게 진정한 친구일까요? 소년이 눈사람의 진정한 친구였듯이 말입니다.

 

6. 글이 없는 그림책

 

이 책에는 글이 없습니다. 또 그림은 만화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레이먼드 브릭스는 그림책에 만화 기법을 도입한 최초의 작가입니다. 그리고 그의 이런 시도는 아주 효과적이었습니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라는 말은 그림의 장점을 가리키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단 한 글자도 없지만 오히려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만화 같은 구성은 주인공들을 영화 속에서처럼 살아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이렇게 그림책에 대한 통념을 깨뜨릴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근본적인 동기를 늘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어린이들이지요. 그림책은 어린이를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우리는 어린이를 사랑한다고 쉽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지은이처럼 어린이를 위해 정작 우리 스스로를 변화시킬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file. 눈사람 아저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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