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입니다

저자 이혜란 | 보림

페이지 30 | ISBN 9788943305796 | 9,800원

가슴이 뜨거워지는 이야기

이혜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 『우리 가족입니다』를 볼 때면 언제나 눈물이 나고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이 책을 보고 울었고 5분 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 읽고 책장을 덮으면서 또 울었습니다. 아마 지금 다시 책장을 열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작가는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내는 데 3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어린이 이혜란의 가슴에 오래도록 잘 아물지 않는 상처처럼 남은 가족 이야기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우리 가족 이야기

초등학생인 혜란이 가족은 엄마, 아빠, 혜란이, 남동생 이렇게 네 명입니다. 부모님은 두 분이 함께 작은 중국집을 하십니다. 아빠에게는 아주 어릴 때부터 따로 살게 된 어머니가 계십니다. 혜란이에게는 할머니지요. 할머니는 혜란이네 가족과 같이 살기 싫다며 시골에서 혼자 사십니다. 사실 혜란이도 할머니와 같이 사는 게 싫습니다. 왜냐하면…… 할머니가 치매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할머니가 택시를 타고 혜란이네 집을 찾아오고, 그날부터 할머니는 혜란이 가족과 함께 살게 됩니다. 할머니는 스스로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고 자꾸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그때마다 엄마와 아빠는 묵묵히 할머니 수발도 들고 뒷일도 처리합니다.

치유의 시간

어린 혜란이가 할머니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했나 봅니다. 누구나 유년 시절의 충격과 상처가 있을 겁니다. 제 경우에는 유년 시절 가족 간의 종교 갈등이 오랜 시간 동안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되었습니다. 형제들 사이 폭력으로 말미암은 상처도 치유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방황이 필요했습니다. 한동안 저는 종교와 폭력이라는 주제로만 작품을 썼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간이 제게는 치유의 시간이었나 봅니다.

이혜란 작가도 이 작품을 만드는 데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 시간은 분명 대단히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작가 스스로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 가족입니다』라는 작품을 통해 저를 포함하여 많은 어린이와 어른들이 치유와 위로를 경험하게 됩니다. 마치 한 사람의 상처를 치료하는 일이 곧 모든 이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기적을 일으킨 것 같습니다.

자연의 섭리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자연의 섭리입니다. 하지만 어떤 인간도 자연의 섭리를 깨닫고 받아들이기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어린 시절에 생로병사를 목격하고 체험한다는 것은 얼마나 힘겨운 일일까요? 게다가 더욱 무서운 사실은 누구도 이러한 체험을 피해갈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사랑스럽고 여린 우리 아이들마저도 말이지요.

『우리 가족입니다』는 이렇듯 삶으로부터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그림책입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사랑했던 주인공 혜란이의 아빠처럼 어린 혜란이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할머니를 사랑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족’이라는 단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할 만큼 설득력 있는 이유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그래도 혜란이 아빠에게 ‘가족’이란 단어는 사랑이자 행복입니다. 어린 혜란이에게도 ‘가족’이란 사랑이고 행복입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해야 행복해집니다. 여러분 가족 모두 서로 사랑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