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나타났다!
저자 김고운 | 북극곰
페이지 40 | ISBN 9788992505130 | B5, 188*257mm| 10,000원

짹짹이의 딸꾹질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짹짹이의 아빠는 바빴습니다. 짹짹이의 엄마도 바빴습니다. 온종일 바빠서 엄마 아빠는 짹짹이의 말을 들어 줄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엄마랑 아빠가 말싸움을 시작했고 급기야 아빠가 엄마에게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순간 짹짹이는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 어떤 방법을 써도 짹짹이의 딸꾹질은 멈추질 않았습니다. 짹짹이는 과연 어떻게 딸꾹질을 멈추게 되었을까요?

용감한 천재 작가 김고은

『딸꾹질』의 작가 김고은을 저는 감히 천재라 부르고 싶습니다. 이야기의 발상도 천재적이고 표현력도 천재적입니다. 홍보는 출판사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만 마음 같아서는 국제 아동도서전에 이 책을 들고 가서 외국의 출판 관계자들에게 자랑하고 싶습니다. 천재적인 이야기와 그림도 자랑스럽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용기가 자랑스럽기 때문입니다.

제가 자랑하고 싶은 그녀의 용기는 바로 동화 작가로서의 용기입니다. 저 역시 동화를 쓰지만 창작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독자들의 눈치를 살피게 됩니다. 특히 어른 독자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게 되지요. 주로 어린이 독자들을 위해 글을 쓰는 동화 작가가 어른들의 눈치를 본다는 사실이 아이러니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어린이에게 책을 골라 주는 사람들이 부모님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작가 김고은의 표현은 거침이 없습니다. 그녀는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습니다. 어린이의 처지에서 하고 싶은 말을 척척 합니다.

짹짹이의 눈에 비친 엄마와 아빠

작가 김고은은 어린이의 눈에 목격된 엄마 아빠의 모습을 조금도 미화하지 않은 채 그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빠는 짹짹이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컴퓨터에만 빠져 있습니다. 엄마 역시 짹짹이가 뭐라고 해도 화장에만 몰두합니다. 엄마는 짹짹이의 손을 붙잡고도 이웃집 아줌마랑 수다를 떱니다. 아빠는 휴일에도 잠만 잡니다. 엄마 아빠는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두 분이 서로 싸우기도 하지만 짹짹이와 놀아 줄 시간은 없습니다. 도대체 엄마 아빠는 언제 짹짹이와 놀아 줄까요?

짹짹이가 멈출 수 없는 딸꾹질을 하게 된 까닭을 굳이 더 설명해야 할까요? 참새처럼 재잘거릴 수 있는 예쁜 입을 가진 짹짹이는 과연 누구와 이야기하고 놀아야 할까요? 김고은의 이야기와 그림은 어린이에게는 아주 통쾌하게 그리고 어른에게는 아주 통렬하게 질문을 던집니다.

한국의 존 버닝햄, 김고은

김고은의 그림과 글은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 책은 어린이의 처지에서 그린 선생님의 모습이 아주 충격적인 작품입니다. 아이들은 존의 반성문을 보며 깔깔댔지만 어른들은 존이 선생님의 말씀을 믿지 않는 장면을 보고 간담이 서늘해졌지요.

작가 김고은은 존 버닝햄처럼 어린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린이의 입으로 말하고 어린이의 손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우리는 두 사람의 작품에서 천진난만한 어린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작품은 어린이에게는 놀라운 즐거움을 주지만 어른에게는 놀라운 부끄러움을 안겨 줍니다.

다행히 짹짹이는 딸꾹질을 멈췄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아직 딸꾹질을 멈출 수 없는 또 다른 짹짹이가 굉장히 많습니다. 부디 세상의 모든 짹짹이가 딸꾹질을 멈추게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