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볼
저자 유준재 | 문학동네
페이지 52 | ISBN 9788954615969 | 12,800원

1. 아버지는 어머니와 중매로 만나 동대문야구장에서 세 번 데이트하고 결혼했다

유준재 작가의 『마이 볼』은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아주 솔직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아주 솔직하고 담담해서 어느 작가의 이야기라기보다는 평범한 내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작가의 아버지는 중매로 어머니를 만났고 야구를 좋아해서 동대문야구장에서만 데이트 세 번 하고 결혼했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참 재미없는 연애 이야기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참 독특한 연애 이야기입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남자가 야구장에서 연애에 성공하는 이야기니 말입니다.

어린이에게 엄마와 아빠가 어떻게 만나서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는 일은 굉장히 아름답고 중요한 일입니다. 엄마와 아빠를 엄마와 아빠가 되기 전의 여자와 남자로 이해하게 되니까요. 또한 자녀에게는 사랑과 결혼의 의미를 가장 실제적으로 생각하는 계기가 됩니다.여러분의 부모님은 어떻게 만나서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떻게 결혼을 하게 되었나요? 여러분 자신은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에 이르게 되었나요? 여러분은 사랑과 결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 책을 보면서 여러분이 어린이들보다 더 많은 것을 얻게 될지도 모릅니다.

2. 아버지가 유난히 말씀이 많아지는 때는 야구 중계 시간이었다

안타를 치지 않고도 1루에 나가는 방법, 동시에 두 명을 아웃시키는 방법, 삼진을 당하고도 살 수 있는 방법 등 아버지는 야구라면 모르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만화영화를 보는 것보다 아버지와 야구 경기를 보는 게 더 재미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는 검정색 미즈노 야구글러브와 배트를 사 왔습니다. 그날 이후 일요일마다 형과 나와 아버지는 야구를 한 뒤 동네 목욕탕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이 작품 『마이 볼』에 나오는 아버지가 참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주인공의 아버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야구입니다. 둘째,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배우고 실천하는 분이었습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야구 중계를 즐겨 보고 야구 정보를 모았으며 일요일마다 직접 야구를 했습니다. 셋째, 좋아하는 것을 가족과 함께했습니다. 아버지는 혼자 밖에서 야구를 한 것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경기를 보고 일요일이면 함께 야구를 했습니다. 야구를 통해 주인공의 아버지는 진정한 아버지가 된 것입니다.

3. 내 볼의 속도가 점점 붙어 갈수록 아버지와의 대화는 줄어들었다

주인공은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아버지와 전혀 야구를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과연 주인공의 아버지와 주인공 사이에는 무슨 일이 생겼을까요? 저 역시 아버지와 가까운 사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소원한 사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반면 주인공은 자신과 아버지 사이에 꽤 먼 거리감이 있으며 동시에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분명히 무슨 사연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물론 꼭 무슨 사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만약 무슨 일이 있었다면 조만간 두 사람 사이에 따뜻한 화해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보통 사춘기를 지나면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재정립이라는 시련을 겪습니다. 부모는 자식이 더 이상 순진한 어린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더 나아가서 부모는 자식이 자신들과 동등하며 독립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자식은 부모가 더 이상 완전한 어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더 나아가서 자식은 부모가 자신처럼 무능하고 실수투성이이며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부모는 늙어가고 자식은 더욱 튼튼해집니다. 부모는 지적으로도 늙어가고 자식은 지적으로도 더욱 튼튼해집니다. 물론 현재 부모의 모습은 자식의 미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식이 부모를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자연의 섭리인지도 모릅니다.

4. 마이 볼

“아빠가 아주 높이 던질 테니까 한번 잡아 봐. 잡을 수 있겠으면 ‘마이 볼’ 하고 크게 외쳐. 내가 잡겠다는 뜻이니까.”

주인공의 아버지가 던진 공은 단순한 야구공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아버지가 이해하는 ‘인생’이라는 이름의 야구공입니다. 아버지는 야구를 통해 인생을 이해하고 배운 분이니까요.‘나’의 아버지가 중매로 어머니를 만난 이야기를 기억하시나요? 아버지는 어머니와 단 세 번 데이트를 했는데 세 번 모두 동대문야구장에서 데이트를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머니로부터 결혼 승낙을 얻었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야구를 좋아하는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를 야구장으로 초대해서 사랑의 홈런을 친 셈입니다. 아버지는 야구를 통해 어머니에게 사랑을 전한 것입니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주인공과 형에게 야구 이야기를 들려주고 일요일마다 야구를 함께하고 함께 목욕탕에 간 것은, 바로 야구를 통해 인생을 이해하고 배우고 즐기는 방법을 알려 준 것입니다. 어쩌면 아버지도 인생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자신이 경험한 대로 인생은 야구처럼 재미있고 신나는 것이며 용기 있게 꿈꾸고 노력하고 성취하는 것임을 자식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던 겁니다. 여러분도 가족과 함께 야구를 해 보세요. 그리고 날아오는 공을 향해 자신 있게 외쳐 보세요. 그것은 여러분의 꿈이며 여러분의 인생입니다. 마이 볼!